- 2018.07.06
#1 너는 머리가 좋은 건 아닌 거 같아
“전 요즘 고향에 내려가도 친구들을 잘 안 만나요. 중학교, 고등학교도 같은 곳을 나왔을 정도로 친하긴 한데요. 사실 어렸을 땐 친구들이 공부를 더 잘했는데, 저만 대학을 서울로 오게 됐거든요. 다들 고향에서 가까운 대학에 가거나, 아니면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고요.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‘넌 머리는 별로 안 좋은데 운이 좋잖아’란 소리를 하더라고요.”
이게 무슨 대학 원서 쓸 때 초등학교 성적표 꺼내는 소리인지. 질투로 똘똘 뭉쳐서, 진실은 보지 못하나 보다. 시험에 강한 ‘운’을 만들기 위해 친구가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? 모르는 척하는 거야?
#2 대학 가서 하는 게 기껏 그거야?
“저도 제가 뛰어나지 못하단 건 알아요. 그래서 대학에 온 이후로, 인문학 수업도 청강하고, 외부 강의도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죠. 그런데 근황을 묻는 친구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, 요즘 ‘문송’하다던데 그렇게 여유 부릴 정신이 있냐며 날 선 반응을 하더라고요. 기껏 서울로 대학 가서 하는 일이 그거냐며…. 너무 당황스럽죠.”
아무 말이나 막 던진다고, 엄한 참견이 쓴소리가 되진 않는다. 대학의 본질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 듯. 최근 대학들이 ‘취업 사관학교’처럼 변질되고는 있지만,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학문을 익히기 위해서다. 돈과 성공이 목표라면 대학을 갈 게 아니라, 사업을 해야지.
#3 지금 한다고 되겠어?
“3학년을 맞고 휴학을 했어요.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시기가 온 거죠. 어느 순간부터 애들한테 제 얘길 잘 안 하게 됐는데, 대외활동에 지원하느라 고등학교 때 서류가 필요해서 연락할 수밖에 없었죠. 꼬치꼬치 캐묻더니, 역시나 ‘우리 나이가 몇인데’로 운을 떼더라고요. 나이 먹어서 뽑아주겠느냐며, 지금 한다고 붙겠냐는 거죠.”
붙지 말라고 신나서 고사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뿐? 현역 3학년이면 겨우 스물둘 아닌지? 이십 대 초반을 퇴물 취급하는 걸 보니, 아무래도 조선 시대에서 방금 도착한 모양. 지금 친구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.
#4 너도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네
“악담에도 불구하고, 대외활동은 무사히 마쳤어요. 그리곤 바로 대기업 인적성 준비를 시작했죠. 부모님을 통해 근황을 알게 됐는지 친구들이 또 아는 체를 하더라고요. 서울로 대학 가더니 눈만 높아졌다느니, 너도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느니. 너무 피곤해서 아예 SNS 앱을 지워버렸죠. 덕분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랄까요.”
저런 비아냥을 듣고도 공부에 집중하다니 뭘 해내도 해낼 사람이다! ‘취준생’ 시기는 가만히 내버려둬도 쉽지 않은 때다. 부모님과의 갈등도 많아 멘탈이 튼튼하기가 힘들다. 응원만 해줘도 모자랄 판에 ‘진짜 친구 맞아?’란 의심이 절로 피어난다.
#5 아무나 합격하는 거면 그냥 안 할래
“한 학기를 남겨두고 결국 합격했어요. 솔직히 저한테 심한 말한 친구들 여봐란 듯이 한턱 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어요. 근데 제가 사주는 술을 먹으면서도 여전하더라고요. 축하한다는 건 정말 말뿐이고, ‘거기 근무환경 진짜 비인간적이래’부터 시작해서, ‘조금만 공부하면 다 합격한다’라느니…. 다 가는 데면 안 가는게 낫다는 소리엔 헛웃음밖에 안 나왔죠.”
잘 된 것을 보고 배가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니, 친구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. 노력을 폄하하고, 장점을 깎아내리고, 끝내는 ‘아무것도’ 아닌 존재로 끌어내린다. ‘열등감 폭발’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된다면 바로 이 모습이 아닐지.
#6 니가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?
“아, 친구들의 태도가 조금 달라지긴 했네요. 회사에 합격하고 나서는 공부가 아니라 다른 거로 스트레스를 주더라고요. 공부하느라 남자친구하고도 헤어지고, 옷이나 화장도 딱히 신경 못 쓰고 지냈거든요. 그랬더니 이제는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매도하더라고요. ‘안 꾸미니까 연애를 못 하는 거’라더군요. ‘어디까지 하나 보자’ 싶던데요.”
친구가 잘난 사람이라는 게 판명되니, 없는 단점이라도 만들어서 후려치는 기세. 어찌나 저열한지. 나중에 농담이라고 변명해도 절대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. 제발 보살처럼 참지 말고,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한시바삐 발을 빼자.
#7 너 좀 예민한 거 같아
“굳이 말은 안 했지만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. 복수전공까지 풀로 채워 들으면서도 장학금 놓친 적 없고, 취업 준비하면서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거의 뗀 적 없고요. 근데 애들이 요즘은 ‘정보 좀!’이라고 개인 톡을 하더라고요. 사실 너처럼 하고 싶었다면서. 너무 환멸이 들어서 ‘더 이상 너희에게 휘둘리기 싫다’고 했더니. 저더러 좀 예민하다는 거죠.”
진짜 예민한 건 저들의 열등감 레이더인 듯. 인간이란 정말 뭘까? 몇 년 동안 내내 하찮은 취급을 해왔으면서, 이제 와 도와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저 뻔뻔함. 평생 안 만나도 좋을 사람들이다. 아예 인생에서 영영 차단해버리길 추천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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